경상도는 한식만 강하다는 편견을 깨고, 수준 높은 수제 베이커리들이 속속 등장하며 전국의 빵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산 대구 울산을 중심으로 창원 진주 포항 경주 같은 지역에도 지역의 특색과 감성을 담은 로컬 베이커리들이 많아 빵지순례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매일 직접 굽는 빵과 개성 있는 공간 인테리어는 물론,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독창적인 메뉴까지 더해져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지인들까지 매료시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상도 대표 수제 베이커리 중에서도 맛과 분위기 모두 갖춘 핵심 장소들을 지역별로 소개한다.
부산 지역 – 감성과 맛을 모두 담은 수제베이커리
부산은 대도시답게 다양한 스타일의 베이커리가 밀집해 있는 도시다. 특히 해운대 수영구 남천동 등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에는 바다를 보며 빵을 즐길 수 있는 감성 베이커리가 많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는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오븐과피자다. 이름처럼 오븐에 구운 피자도 판매하지만, 이곳의 주력은 매일 아침 직접 구워내는 소프트한 버터롤과 감자크림빵이다. 반죽 발효부터 굽기까지 전 과정을 수제로 진행하며, 계절 과일을 활용한 크림빵은 부드럽고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남천동의 마린브레드는 루프탑 감성 카페로도 유명한데, 베이커리 메뉴 역시 기대 이상이다. 버터 풍미가 진한 크루아상과 프랑스식 바게트, 그리고 달콤한 크림이 가득한 티라미수빵이 인기다. 특히 크루아상은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퍼지는 결결한 식감과 버터 향이 어우러져 많은 고객이 재방문하는 이유가 된다. 이곳은 테라스 좌석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커피와 빵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저녁 무렵에는 데이트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
부산역 인근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파티세리 루아가 있다. 비교적 소규모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정통 유럽식 베이킹 기술로 탄생한 빵들이 주력이다. 특히 무화과 깜빠뉴와 호두 바게트, 수제 버터잼을 곁들인 토스트가 인기다. 이곳은 빵 포장 서비스가 잘되어 있어 기차 타기 전 선물용으로 구입하기도 좋다. 부산은 단순히 감성적인 카페형 베이커리를 넘어, 맛에 집중한 수제 기술력 있는 빵집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대구 울산 중심 – 기술력과 장인정신이 담긴 베이커리 도시
대구와 울산은 전통적인 기술 기반의 수제 베이커리가 많은 지역이다. 오랜 시간 지역 주민의 입맛을 책임져 온 베이커리부터, 트렌드를 반영한 신세대 감성 베이커리까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르팡도르시는 고급 프랑스식 베이커리를 지향하는 브랜드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수플레팬, 초코 필링이 가득한 휘낭시에가 대표 메뉴다. 정통 유럽 스타일의 베이킹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간이 매력적이다.
울산 삼산동의 브레드로직은 디저트형 빵보다는 식사용 베이커리에 강점을 가진 공간이다. 통밀 바게트에 직접 만든 수제 햄과 샐러드를 넣은 샌드위치류가 인기며, 천연 발효종을 활용해 속이 편안한 빵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곳은 다양한 알러지 프리 옵션도 제공하고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다. 하루 3회에 걸쳐 구워지는 빵을 시간대별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이색적인 매력 중 하나다.
대구의 중앙로 쪽에는 한국형 단팥빵의 진수를 보여주는 성심당 출신 제빵사가 운영하는 히든브레드가 있다. 팥앙금부터 직접 쑤는 수제 단팥빵은 물론이고, 앙버터 식빵, 고구마크림빵도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으로 사랑받고 있다. 디저트보다는 전통적인 정통 빵 맛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대구와 울산은 베이커리 문화가 오래되어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 많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베이커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경남 경북 지역 – 지역 특산물과 함께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 베이커리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는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지역이지만, 그만큼 넓은 부지를 활용한 감성 베이커리나 특산물을 활용한 개성 있는 빵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주의 리틀파리베이커리는 작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외관과 함께 고급 수제 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이곳은 유기농 밀가루와 무항생제 계란을 사용해 건강한 빵을 지향하며, 아몬드크림을 가득 채운 크루아상과 무화과 깜빠뉴가 베스트셀러다. 정원형 야외 좌석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경북 경주에는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수제 베이커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 사이사이에 들어선 현대적인 베이커리 카페들이 인상적인데, 그중 아델베이커리는 경주 특산물인 찰보리와 밤을 활용한 디저트가 인기다. 찰보리식빵, 밤식빵, 흑임자 앙버터는 모두 직접 만든 필링과 고소한 풍미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한옥을 개조해 한국적인 정서를 잘 살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다양한 언어로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포항 구룡포 일대에는 바닷가 감성이 담긴 베이커리들이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션로프는 바다를 바라보며 빵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베이커리 카페로, 소금빵과 크림치즈 베이글이 유명하다. 이곳은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수제 잼도 판매하고 있어 베이커리의 연장선으로 디저트 쇼핑도 가능하다. 경남과 경북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트렌디하진 않지만, 지역의 특산물과 감성을 반영한 베이커리가 많아 오히려 차별화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경상도는 이제 더 이상 한식만 잘하는 지역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와 재료, 그리고 감성을 반영한 수제 베이커리가 곳곳에 자리 잡으며 빵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과 수제 크루아상, 한옥에서 맛보는 찰보리 단팥빵 같은 특별한 경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다음 경상도 여행에서는 이런 베이커리 명소를 지도에 미리 표시해 두고, 오직 나만을 위한 빵지순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